실크의 소재가 되는 누에 나방의 고치
농가에서 기르는 누에는 양잠이라고 하고
산누에 고치는 천잠이라고 한다
인삼 보다 산삼이 귀하듯
예부터 실크는 양잠에서 나는 것 보다 천잠을 훨씬 귀하게 여겼다 한다.
겨울산을 오르다 보면 진연두빛 고치가 떡갈나무 가지에 대롱 대롱
메달려 있는 것을 종종 접하게 된다
산누에 애벌레가 주로 참나무 잎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물론 양잠은 뽕잎을 먹고 살지만..
여름에 고치를 짓고 가을이면 성충이 되어 날아 가기 때문에
겨울산에 접하는 고치는 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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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산누에나방이 번데기에서 나방으로 변해 고치를 뚫고 나오는 과정을 연구하던 학자가 있었다.
나방은 안에서 꼭 바늘구멍만한 구멍을 뚫고는 그 틈으로 나오기 위해 꼬박 한나절을 애쓰고 있었다.
그렇게 애쓰면서 몹시 힘든 고통을 치른 후 그 나방은 드디어 고치 밖으로 나왔다.
그러더니 공중으로 훨훨 날갯짓을 하며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마음씨 좋은 그 학자는, 나방이 작은 구멍으로 힘들게 나오는 것이 안쓰러워서 한번은 가위로 구멍을 잘라서 넓혀주었다.
나방은 큰 구멍을 통해서 금방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쉽게 구멍에서 나온 나방은 제대로 날지도 못하고 그 무늬나 빛깔도 영 곱지 않았다.
간신히 푸드덕푸드덕 몇 번 날갯짓을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 죽어버리고 말았다.
그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자기는 나방을 위해서 선(善)을 베풀어 준 것인데,
나방은 자기의 도움 때문에 죽어버린 것이다.
후에 그 학자는 "나의 성급한 '자비'가 나방의 생명을 단축시켰다"고 후회했다.
영국의 과학자 알프레드 윌리스의 이야기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