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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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야 넌 무슨 꽃을 좋아하니?
난 있지
아카시아꽃이 제일 좋아
수야네 집뒤 활짝 핀 아카시아 숲 너무 좋더라
넌 있지 그 아카시아를 닮은것 같아
그래서 네가 좋아
아카시아 향이 풍겨 올때면 나 있지 너 생각 많이한다
수줍음이 유독 많아서 누군가 바라보기라도 해도
와락 내 등뒤로 숨어버리곤 하든 누님이
정신병원으로 실려 가든 날도 아카시아 꽃이 지천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
여고 시절 성당에서 (레지나)란 세례명을 받고 좋아라 하던 그 누님은
대학 진학후 어느날 나에게 담배를 권하며 그 분의 눈빛이 아름답다고 했다
반제청년동맹(反帝靑年同盟) 골수분자란 낙인이 찍혔고
정보부의 암행이 따라 붙었다
철장을 들락 거리길 수십회 그 충격 때문일까
누님이 미쳤다고 수근거렸다
*
정신병원에서 2년만에 퇴소한 누님의 눈빛은 흐려 있었다
깡마른 체구는 살이 쩌서 유순하게 변해 있었고 웃음은 헤프져 있었다
끝까지 누님의 곁을 지켰던 운동권 선배와 결혼을 해서 아이 둘을 낳고 그 아이가
대학을 진학한 지금의 누님을 볼때마다 어릴적 고향 집뒤 숲에서 나던 그 푸른 아카시아 향기가 난다
누님 이곳엔 지금 아카시아꽃이 만발하고 있습니다
서울 하늘엔 아직 봄이 이르다지요
*아카시아[acacia]는
글 내용을 이국땅으로 시집와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다문화 가정의 새댁들이 아메리카에서 건너와 이젠 완전히 토착화된
아까시나무 같이 차별 받지 않고 잘 적응하여 행복하게 살아주길 기원하는 뜻에서 아까시나무를 포스팅 했는데
문득 아카시아꽃을 좋아했던 누님이 떠올라 글 내용을 급 변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