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내안의
약혼 / 김사인
그믐애
2013. 12. 26. 18:13
약혼
ㅡ 김사인 ㅡ
꽃처럼 곱던 시절은 다 갔구나
까칠한 네 얼굴을 보니
지난 몇 해가 어제만 같다
다 그런 거라고 나는 능청을 떨지만
손쉽게 다 그럴 수는 없는 거였지
꽃같이 여리던 시절도 이제 다 가고
험한 세상 없이 살자면
튼튼한 몸뚱이 밖에 믿을 게 없다
오직 말할 것은
굳세거라 마누라야
저 세상 갈 때까지 한 솥밥 먹으며 부대껴 보자고
마른 네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는 날
실없이 나는 눈물 난다
이 아름다운 약속이
기쁘기도 해서 섧기도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