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내안의

옛일 /신미나

그믐애 2017. 10. 25. 11:30

 

 

 

 

옛일 / 신미나

 


해마다 잊지도 않고 공양하나
저 꽃들, 보노라니
어쩌나
죽어도 너를 못 잊는다는 내 약속은
거짓이었어라


너 없이도 찢어진 살 위에 새살 돋고
밑이 젖는 내 몸 봐라
어쩌나
향불 한 올 피우지 못하고
너는 이제 강가에 던진 돌이나 되었는데


내 슬픔만으로 꽃 모가지 하나 꺾을 수 있느냐
산비알에 독짝 하나 굴릴 수 있겠느냐


내가 너를 어찌 잊어
어찌 잊을 수가 있어
지글자글 타는 자갈밭 맨발로 걸으며
울던 내 낯도 옛일, 다 옛일


―〈서시〉2007. 여름호

 

 

신미나 시인
1978년 충남 청양 출생
강릉대 교육대학원 졸업
2007년 경향신춘문예 시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