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월도 / 황청원
한 여자의 손을 잡고 가보아라 더구나 이승에서 차마 보내지 못할 쪽빛 슬픈 사랑이라면 더 좋다 밤내 바닷새들이 물어다 놓은 목숨줄 같은 모랫길 있으니 낮게 부는 해풍에 밀려가듯 해 지기 전에 천천히 건너라 가파른 벼랑 위 댓잎 나부껴 훌쩍 오라 손짓하여도 별똥별 지듯 빠르게는 지나지 마라 먼 생도 하루처럼 쉽게 어두워지는 것 긴 사랑도 반나절처럼 쉽게 접히는 것 먼저 섬에 이른 자의 말이 그렇게 뿌려져 빛나고 있을지 모르니 그냥 함께 가는 그림자로 안고 일찍 내린 어스름과 더디 가거라 언제나 살며시 떠나면 갈 수 있는 간월도 그러나 혼자선 갈 수 없는 그 곳엔 등불 실은 빈배도 보이지 않고 소금기로 피는 해당화꽃도 없다 다만 이승의 참한 사랑 하나 달빛 아래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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