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내안의

간월도 / 황청원

그믐애 2011. 3. 25. 17:39


 

 

 

 


 

간월도 / 황청원

 

한 여자의 손을 잡고 가보아라
더구나 이승에서 차마 보내지 못할
쪽빛 슬픈 사랑이라면 더 좋다
밤내 바닷새들이 물어다 놓은
목숨줄 같은 모랫길 있으니
낮게 부는 해풍에 밀려가듯
해 지기 전에 천천히 건너라
가파른 벼랑 위 댓잎 나부껴
훌쩍 오라 손짓하여도
별똥별 지듯 빠르게는 지나지 마라
먼 생도 하루처럼 쉽게 어두워지는 것
긴 사랑도 반나절처럼 쉽게 접히는 것
먼저 섬에 이른 자의 말이
그렇게 뿌려져 빛나고 있을지 모르니
그냥 함께 가는 그림자로 안고
일찍 내린 어스름과 더디 가거라
언제나 살며시 떠나면 갈 수 있는
간월도
그러나 혼자선 갈 수 없는 그 곳엔
등불 실은 빈배도 보이지 않고
소금기로 피는 해당화꽃도 없다
다만 이승의 참한 사랑 하나 달빛 아래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