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애 2011. 3. 28. 13:09

국화 흐드러지게 핀 날에 201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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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 날

갑자기 고향으로 향했다

사립門 마중 나온 국화꽃을 향해

어무이 저 왔심더

어무이요

뒷산에 올랐던 메아리가 되돌아 오도록

정지문은 열리지 않았다

 

강둑을 가로 질러 고추밭으로 향했다

추수 끝난 밭에는 여물다 만 강냉이 하나

잇몸을 드러 내고  웃고 있었다

에이~ 껌껌 한데 어디 가셨노 

중얼 거리는 내 목소리에

응? 니 갑제 와 왔노?

밭 이랑 한 가운데 앉아 늦고추를 따다 말고

굽은 허리 화들짝 펴시며 놀라시는 어머님

 

콧잔등 시큼한 반가움에

어무이 나 몰래  낯선 영감이라도 얻어 

데이트 하고 계셨어요

짐짓 심술을 부리고 만다.

 

 


 

 

지렁하고 꼬장 다 떨어 졌제?

내가 아나, 함 물어 볼께

물어 볼꺼 없다 , 가져 간지 오래 됐다

저녁 먹고 가거래이

밥 정 없다 그냥 갈란다

온다고 기별이나 했어면 무시 김치라도 담가 놨제

금방 갈거로 말라 왔노

엄마 보고 싶어 왔제

호호 다 늙어빠진 니 엄마, 그래도 보고 싶은 갑제

 

산 그림자 스믈 스믈 지붕위로 내려 오고

꽃물에 취한 벌 한마리 휘청 거리는 저녁  

어머님과 작별하고 뒤돌아 서는 나를 향해

단디 가래이, 차 천천히 몰고...

다짐을 주다 말고

아이고 아범아  참 가만 있어 봐래이

가실 상치가 얼마나 잘 자랐는지

황급히 저문 길을 헤치며

텃밭으로 상추를 뜯어려 가셨다


 

*정지문(부엌문) *강냉이(옥수수)*갑제(갑자기)*지렁(간장)*꼬장(고추장)*무시(무우)

*단디(조심) *가실(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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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찾아가는 것이지요
마음이 허~~할때
따스한 마음 얻으러

어머니만큼 따스한 난로가 없지요   2010-11-16 19: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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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월이 자꾸만 흘러가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2010-11-17 08: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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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저 정겨운 사투리..
가슴이 따뜻하게 댑혀지는데요.^^   2010-11-17 09: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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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 사투린 문디가시내 들만 알아 묶는 건뎅???   2010-11-17 17: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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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그 문디들~~ㅎ   2010-11-18 10: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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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부모맘인가봐요. 뭐라두 한가지 더 주고 싶어서 주섬 주섬.....
그믐애님이랑 저랑 같은 갱상도......부모님, 살아생전 효를 다하세요.   2010-11-18 16: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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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본시 태생이 문디가시내인 걸 모르셨단 말씀이오? ㅎ   2010-11-18 1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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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네~
명심 하겠심더~~   2010-11-18 17: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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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드는 그믐님보니 늙나???
사투리~ 다알아묵겄는디 지렁하고 꼬장은 처음듣는말...   2010-11-18 22:3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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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디 댕기셔요 ..모두들 !
사투리 정겹습니다 주석이 없었으면 계속 ?? 찍고 있었을 뻔 했지요   2010-11-19 19:4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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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님과 가이아님은 얼추 사투리를 같이 구사하실듯 하네요
남도 사투리도 참 구수한 맛이 있던데...   2010-11-20 09: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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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도 하셔요...그렇지 않아도 지렁이란 단어가 뭐지 했었는데..
갑제는 울 그믐애님 이름인줄 알았습니다...ㅎ``
가슴이 따스해 지는군요...울 엄마도 보구잡고...ㅜㅜ   2010-11-21 19:2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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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님도 지렁을 모르시나?
경주 지방만 간장을 지렁이라고 했나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