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 내 일하다 다친거 아니데이~"
병원 응급실 한귀퉁이 침대에 누워있던 할머님이 난처한 표정으로
허둥지둥 달려온 큰아들입네 싶은 오십중반 사내에게 고하며 눈치를 봅니다.
양과분비(兩寡分悲)라고 했던가요
지금 내앞에 누워계신 어머니 또한 119에 실려 응급실로 오기까지
자신의 뼈 뿌러진 고통 보다 아들에게 둘러댈 핑게 거리를 찾기가 더 곤욕이였을터
어머님의 입가에 알수없는 야릇한 미소가 번집니다.
호미와 씨앗을 품고 평생을 들판에서 살아오신 분이라
호미를 내려 놓으시라 함이 수저를 내려 놓으시라 함이나 다름 없음을 알기에
쉬엄 쉬엄 소일 거리로 들일 하신다고 할때
네~~자식 고생 안시킬려거던 절대 무리하지 마이소
어머니 다치거나 앓아누우시면 아들 넷 있다해도 봉양할 자식은 아무도 없심더,
그냥 요양원에 맡겨 버릴거니 알아서 하이소.
그렇게 모질게 천하에 후래자식처럼 악다구니를 떨었건만.
지난 겨울 초설의 무게에도 못버터 뚝뚝 부러지던 뒤란 늙은 감나무를 바라 보며
나이들면 나무도 저리 힘이 없어 지는 갑따, 사라호 태풍에도 끄떡 없던 나무였는데
혼자 말인듯 중얼거리시던 어머니,
문지방을 넘다 걸려 툇마루로 넘어지셨다는데 일어 설수가 없더란다.
삼년전 왼쪽 고관절 수술을 집도했던 그 교수님이 진찰을 하시더니 오른쪽 고관절이 부러졌으니
수술을 하셔야 된다고
젊은 시절에야 그 높은 감나무에서 떨어져도 멀쩡하던 육신이였던지라 믿을수 없다는 듯이
고만일에 부러지는가베?
어머니 눈에 순간 쓸쓸함이 맴돕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감나무도 어머니도 결국 흐르는 세월을 감당할수가 없나 봅니다 .
어머니, 병원에 누워 계시니 속이 후련한가요
그렇게 밭일 하지마라 하지마라 자식들 말리셔도 고집을 피우시더니
"아이구 야야 내 일하다 다친거 아니래두 그러네"
사내는 못 믿겠다는 듯이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는 노인을 마구 다구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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