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내안의

나비수건 / 이정록

그믐애 2019. 8. 22. 11:05





나비수건 

       

                 - 이정록


고추밭에 다녀오다가

매운 눈 닦으려고 냇가에 쪼그려 앉았는데

몸체 보시한 나비 날개, 그 하얀 꽃잎이 살랑살랑 떠내려가더라.

물속에 그늘 한 점 너울너울 춤추며 가더라.

졸졸졸 상엿소리도 아름답더라.

맵게 살아봐야겠다고 싸돌아다니지 마라.

그늘 한 점이 꽃잎이고 꽃잎 한 점이 날개려니

그럭저럭, 물 밖 햇살이나 우러르며 흘러가거라.

땀에 전 머릿수건 냇물에 띄우니 이만한 꽃그늘이 없지 싶더라.

그늘 한 점 데리고 가는 게 인생이지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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