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植物] 들꽃 편지

치자꽃

그믐애 2011. 3. 28. 13:15

치자꽃 2010/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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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설운 눈물 방울 쓸쓸히 되는 것을

 탑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문 하나만 열어 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슴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소리만 저 홀로 바닥을 딩굴다

 끓어질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 계단 밑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더니

 오늘 따라 엷은 가랑비 듣는소리와

 짝을 찾는 쑥국새 울움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줄  알 것 같았습니다 .

 

 한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적 없어서

 한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

 

 떠난 사람보다

 더 섧게만 보이는 잿빚등도

 저물도록 독경소리 그치지 않는 산중은 그만 싫어

 나는 괜시리 내가 버림받는 여자가 되어

 버릴수록 더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앉았습니다.

 

박규리<치자꽃 설화>

 

 

가을로 오기 까지 많이 힘이 들었다

마지막 한송이

죽을 힘을 다해 피워 놓고

결실을 기다리는 너에게서

하늘이 노오란  산통을 느낀다

ㅡ고향 뒷담에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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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수~??
자연이라 죽을 똥도 그러려니 피어나더라나~~
똥은 보는 이가 싸는건디..ㅎㅎㅎㅎ   2010-10-04 13: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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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꽃 향기는 꽤 멀리 간다죠   2010-10-04 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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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치자꽃이 피어 날때엔 그 향이 대문밖까지 흩날림답니다
승화님 반갑습니다
  2010-10-04 15:5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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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놓은것 없지만 이 가을이 오기까지 나름 힘들었지요. 겨리님^^   2010-10-04 15:5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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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렵다~요.....그게 왜 그리 어려운 것인지....^^   2010-10-05 08: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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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열매가 익어가는 계절에피는 치자꽃,
얼매나 많은길을 돌아돌아 오느라 이제야... 울 아들이 좋아하는 꽃인디....   2010-10-05 19: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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