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내안의

개사돈 / 김형수

그믐애 2011. 10. 18. 13:22

 

 

개사돈 / 김형수

눈 펑펑 오는 날
겨울눈 많이 오면 여름 가뭄 든다고
동네 주막에서 술 마시고 떠들다가
늙은이들 간에 쌈질이 났습니다
작년 홍수 때 방천 막다 다툰
아랫말 나주양반하고 윗말 광주양반하고
둘이 술 먹고 술상 엎어가며
애들처럼 새삼 웃통 벗고 싸우는데
고샅 앞길에서 온 동네 보란 듯이
나주양반네 수캐 거멍이하고
광주양반네 암캐 누렁이하고
그 통에 그만 홀레를 붙고 말았습니다
막걸리 잔 세 개에 도가지까지 깨뜨려
뒤꼭지 내물이에 성질 채운 주모 왈
오사럴 인종들이 사돈간에 먼 쌈질이여 쌈질이

- 시집『애국의 계절』(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