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내안의

경주 최부자의 마지막 노블레스 오블리주

그믐애 2012. 12. 29. 08:20

최부자의 마지막 노블레스 오블리주

영남대학교는 1967년 12월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이 통합되어 박정희에게 바쳐졌다. 먼저 대구대학의 사연을 살펴보자. 일제 강점기에 이 땅에는 대학이라는 간판이 붙은 곳은 경성제국대학 한 곳이었다. 경성제국대학은 3·1운동 이후 민립대학 건립운동이 일어나자 일제가 민립대학 건립을 막기 위해 부랴부랴 설립한 것이다. 해방이 되자 보성전문학교와 연희전문학교가 각각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로 승격한 것을 비롯해서 전국 각지에서 대학 설립의 열풍이 불었다. 호남에서는 무려 7만2000명이 성금을 내 광주에 조선대학교를 건립했고, 영남에서는 대지주들이 돈을 모아 대구대학을 건립했다. 조선대학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설립 실무를 맡았던 박철웅의 개인 소유로 전락했고, 20년을 지켜온 대구대학은 박정희의 우아한 노후를 위한 장치로 전락했다. 1947년 경북의 유지들을 추동하여 대구대학의 설립을 주도한 것은 경주 최부잣집의 12대손 최준이었다. 벼슬은 진사 이상 하지 말고, 재산은 만석 이상 불리지 말고, 흉년에 싸게 나온 땅 탐내지 말고, 사방 100리에 굶어죽는 사람 없게 하라는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인 최부잣집의 마지막 재산은 대구대학 건립에 다 들어갔다. 최준은 만석꾼 대지주였지만, 그 자신 독립운동으로 옥고를 치렀고, 안희제와 함께 백산상회를 설립하여 임시정부에 막대한 자금을 보냈다. 해방 후 백범이 환국하여 가장 보고 싶어한 이가 바로 최준이었다. 백범이 최준을 만나 맞춰보니 최준이 안희제를 통해 임시정부에 보낸 돈이 1원도 비지 않고 그대로 전달되었다는 대목은 두고두고 후인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1946년 대구를 중심으로 경북 일대를 휩쓴 '10월 항쟁'을 보면서 대지주들은 세상이 확실히 바뀌었다는 것을 절감했다. 대구에서 3만석을 했다는 정해붕은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낸 친일지주였지만, 최준의 권유로 대구대학 설립에 800만원의 거금을 내놓았다.

최준이 비록 만석꾼이었고, 경북 일대 여러 지주로부터 많은 출연금을 거뒀지만, 농지개혁을 거치면서 지주들의 경제력은 약화되어 현대적인 대학을 발전시켜나가기에는 힘에 부쳤다. 1961년 5·16 군사반란 후 군사정권은 '대학 정비 사업'을 표방하면서 여러 가지 시설기준을 들이밀며 신규 투자를 강요했지만, 이미 모든 재산을 학교에 쏟아부은 최준에게는 무엇을 투자하고 말고 할 여력이 없었다. 이 무렵 최준은 삼성의 이병철을 떠올렸다. 이병철은 경남 의령 출신이지만, 삼성은 대구에 깊은 연고를 갖고 있었다. 이병철이 최준을 찾아왔을 때 그는 이병철에게 "자네, 보성전문을 누가 세웠는지 아나?"라고 물어보았다. 이병철이 "그야 김성수 아닙니까"라고 답하자 최준은 "아닐세, 보성전문은 원래 이용익이 세웠고 손병희가 맡아 하다가 김성수가 인수한 것이네"라면서 대구대학은 자신이 전재산을 들여 키워왔지만, 이제 이병철이 맡아 잘 키우면 사람들이 "대구대는 이병철이 만들어서 잘됐다고 후대에서 칭송을 할 거네"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최준과 이병철이 만나는 자리에 입회했던 최준의 손자 최염에 따르면 이병철이 종잇장처럼 납작 엎드려 절하며 "선생님, 제가 정성을 다해서 대구대를 한수 이남의 제일 대학으로 만들겠으니, 맡겨주십시오"라고 했다고 한다. 최준은 1964년 12월 아무 조건 없이 대구대 운영권을 이병철에게 넘겼다.

ㅡ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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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사업가에게 학교를 맡기다니 .........

결국 이병철은 사칼린 밀수사건으로 회사가 곤경에 처하자 박정희에게 영남대를 기부하고

회사는 승승장구를 하게 된다

                                      12.12.29 그믐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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