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막살 나무 열매를 따먹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콩새도 와서 따먹고 산까치도 와서 따먹고......
온갖 새 날아들어 가막살나무 열매로 한겨울 허기진 배를 채울때
머리에 듬성 듬성 부스럼 난 산머슴애도
지개를 잠시 내려 놓고 빠알간 가막살 나무 열매를 한줌 입에 툭 틀어 넣어 봅니다
새콤달콤한 맛이 꼭 국민학교 삼학년때 서울로 전학 가버린 금자년 같습니다
나에게 시집 온다고 동네방네 떠들어 남 얼굴도 못들고 다니게 하더니 전학간후 딱 한번,
사춘기 나이 쯤에 친척집에 방문한 금자를 만난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말한마디 건네 보지도 못하고 떠나는 뒷모습만 동산에 올라 배웅할뿐입니다
새카만 내 모습과는 달리 백옥 같은 하이얀 얼굴로 산토끼처럼 똥그란 눈을하고
뭔가 나에게 말을 건네려 했지만 방망이질 치는 가슴 때문에 아무말도 못듣고
그냥 뒷동산으로 쏟살같이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그날이 그 가시내와의 마지막 만남이였습니다
잘살고 있겠지
옛날 그집 앞을 지나치며 되뇌이던 때가 사십년 세월을 물고 가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뒷동산 양지볕엔 가을이면 어김없이 가막살나무 열매
곱게 곱게 익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