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植物] 들꽃 편지

바람난 여인 - 얼레지

그믐애 2014. 4. 6. 19:18

 

 

 

 

옛 애인이 한밤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자위를 해본 적 있느냐

 

나는 가끔 한다고 그랬습니다

누구를 생각하며 하느냐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랬습니다

 

 

 

 

 

 

 

 

벌 나비를 생각해야만 꽃이 봉오리를 열겠니

되물었지만, 그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얼레지……

남해금산 잔설이 남아 있던 둔덕에

딴딴한 흙을 뚫고 여린 꽃대 피워내던

얼레지꽃 생각이 났습니다

 

 

 

 

 

 

 

 

꽃대에 깃드는 햇살의 감촉

해토머리 습기가 잔뿌리 간질이는

오랜 그리움이 내 젖망울 돋아나게 했습니다 

 

 

 

 

 

 

 

얼레지의 꽃말은 바람난 여인이래

 

바람이 꽃대를 흔드는 줄 아니?

대궁 속의 격정이 바람을 만들어

봐, 두 다리가 풀잎처럼 눕잖니

 

 쓰러뜨려 눕힐 상대 없이도

얼레지는 얼레지

참숯처럼 뜨거워집니다

 

                                                           詩 :  김선우 <얼레지>

 

 

 

 

일시: 2014년 4월 6일

장소:양산 천성산

 

진달래가 지고 연달래가 피어 나고 있으니 올해는 얼레지꽃을 보기가 힘들겠구나 안달이 났습니다

짧은 봄 밤의 한바탕 질펀한 잔치는 꿈에서 깨어나면 사라지기 마련

하여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고 하였던가요

지난주에 다녀 오기로 했는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한주를 늦추어 버렸으니

어느 시인처럼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김영랑<모란이 피기 까지는>일부
 

라고 한탄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염려와 달리 고산 지대를 오른 덕분인지 화냥기 감도는 고운 빛깔의 얼레지꽃이

봄바람에 살랑 살랑  이넘에 남정네를 사정없이 유혹합니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그 자태란 것이  환장하도록 아름답습니다

 

낙엽위에 업드려 카메라 렌즈를 들이밀며 예초에 내가 얼레지였든가  얼레지가 나 였든가

이를 일컬어 호접지몽(胡蝶之夢)이라 하였던가

바람난 여인네와 낙엽위를 뒹굴며 운우지정에 빠져 있는데 단꿈을 깨우며 넌지시 아내가 물어 옵니다

얼레지  꽃말을 왜 <바람난 여인>이라고 하지요

저저 봐봐라  꽃잎이 발라당 안 까졌나, 꼭 처녀가 치마를 발라당 뒤집어 쓰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농염한 여인이  꽃잎을 활짝 열어 졌히고 있는것 같기도 안하나 그래서 그러는기라

칫~ 내가 보니 봄바람에 간들 간들 거리는 모습 때문에 붙여진 이름 같은데.....못말리는 서방님^^

 

백합과의 구근 식물인 얼레지는 여려해살이 식물로 3월에서 4월초에 개화를 하며 힌색과 자주색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가난한 시절에는 나물로 데쳐 먹기도 하였다는데 뿌리는 숙변에 좋다고 하여 가정상비약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지금에사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만나보고 싶어 하는 봄의 여왕 얼레지꽃이 아닐런지요.

 

 

 

 

 

 

'[植物] 들꽃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의 사랑과 정성 - 애기똥풀  (0) 2014.04.18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0) 2014.04.15
고향의 봄  (0) 2014.03.31
현호색 3種  (0) 2014.03.31
슬픈 추억 - 복수초  (0) 2014.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