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방 송 양
- 이기와
길다방 송 양을 아시나요?
어디가 끝이고 어디가 시작인지 모를
끊어졌다 이어지고 다시 돌아나가는 시골길처럼
알다가도 모를 그녀 말이에요
누구든 따뜻한 봄바람을 주문하면
스쿠터를 타고 신속 배달해 주는,
돌멩이보다 잘 굴러다니는 그녀 있잖아요
각설탕처럼 프리마처럼 살살 애간장 녹이는
웃음 헤픈 그녀를 모르세요?
화려한 겉포장보다 내용이 궁금할 때
더러는 티켓을 받고 대여해 주기도 하는,
한 곳에 정착할 수 없는 철새처럼
산간벽지 이곳저곳 지도 그리며 날아다니는
알고 보면 딱한 여자지요
보온병 보자기를 한 손에 들고
간혹 공장의 담벼락이나 면사무소 앞에
정류장 표지판처럼 우두커니 꽂혀 있는
그러다 덜컥 막차를 타고
야심한 기억 너머로 잠적해 버리는
그래서 가을걷이가 끝나고 나락공판 날이 되면
어디서 밥이나 먹고 사는지 불현듯 궁금하게 만드는
꼭 어릴 적 헤어진 누이 같은
길다방 송양을 당신도 아시나요?
1968년, 서대문 판자촌에서 해녀의 막내딸로 태어남
28살의 늦은 나이에 검정고시를 치러 한양여대 문예창작학과에 입학, 본격적인 문학공부를 시작
방송통신대와 중앙대 예술대학원을 졸업.
199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 ‘지하역’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
2001년 첫 시집 <바람난 세상과의 블루스>를 출간,
2005년 여행산문집 <시가 있는 풍경> <비구니 산사 가는 길>을 출간
2007년 2시집 <그녀들 비탈에 서다 > 서정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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