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맞춤
허수경
그 양반 생각만 하모 지금도 오만간장이 다 오그라붙제 무정한 양반 아니여
유정한 시절 꽃 분분 가슴살에 꽂힌 바람 된통부를 꽃물 듣는 아린 날 눈뜨면
멀어질새 눈감으면 흩어질새 부러 감은 듯 마는 듯 다소곳 숨죽인 듯 화들짝
불에 데인 듯 떨며 떨며 천지간에 둘도 없이 초승달 떼구름 흰 옷고름 개켜
넣으며 설핏허니 굴참남게로 넘어가면 이년 눈이 뒤집혀 병든 애비 버려두고
꺼짐부리 살림 접어두고 고만 밤도망질 치고 말았제 무정한 양반 대처살이
모질새 애먼년 눈 맞춰 나 버려두고 간 뒤 그 밤만 생각하모 불쌍한 울 아버지
쿵쿵 가래 기침에 엎어지며 끓여 먹을 냄비밥 간장종지가 더 애닯데이 더 목매인데이
'[詩] 내안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해진 이별 / 황학주 (0) | 2017.07.24 |
---|---|
물고기 그림자 - 황지우 (0) | 2017.06.05 |
도둑들 / 안도현 (0) | 2017.02.28 |
길다방 송양 / 이기와 (0) | 2017.02.15 |
밤꽃 / 박규리 (0) | 2017.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