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내안의

입맞춤 / 허수경

그믐애 2017. 4. 5. 12:10

 

 

 

입맞춤
                허수경

 

그 양반 생각만 하모 지금도 오만간장이 다 오그라붙제 무정한 양반 아니여
유정한 시절 꽃 분분 가슴살에 꽂힌 바람 된통부를 꽃물 듣는 아린 날 눈뜨면
멀어질새 눈감으면 흩어질새 부러 감은 듯 마는 듯 다소곳 숨죽인 듯 화들짝
불에 데인 듯 떨며 떨며 천지간에 둘도 없이 초승달 떼구름 흰 옷고름 개켜
넣으며 설핏허니 굴참남게로 넘어가면 이년 눈이 뒤집혀 병든 애비 버려두고
꺼짐부리 살림 접어두고 고만 밤도망질 치고 말았제 무정한 양반 대처살이
모질새 애먼년 눈 맞춰 나 버려두고 간 뒤 그 밤만 생각하모 불쌍한 울 아버지
쿵쿵 가래 기침에 엎어지며 끓여 먹을 냄비밥 간장종지가 더 애닯데이 더 목매인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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