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내안의

봄바다에서 / 박재삼

그믐애 2018. 1. 2. 16:30




봄바다에서

 

                - 박재삼

1.

화안한 꽃밭 같네 참.

눈이 부시어, 저것은 꽃진 것가 여겼더니 피는 것 지는 것을 같이한 그러한 꽃밭의 저것은 저승살이가 아닌 것가 참. 실로 언짢달 것가. 기쁘달 것가.

 

거기 정신없이 앉았는 섬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살았닥 해도 그 많은 때는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숨소리를 나누고 있는 반짝이는 봄바다와도 같은 저승 어디쯤에 호젓이 밀린 섬이 되어있는 것이 아닌것가.

 

2.

우리가 소시적에, 우리까지를 사랑한 남편 문씨 부인은, 그러나 사랑하는 아무도 없어 한낮의 꽃밭 속에 치마를 쓰고 찬란한 목숨을 풀어헤쳤더란다.

확실히 그 때로부터였던가, 그 둘러썼던 비단치마를 새로 풀며 우리에게까지도 설레는 물결이라면

우리는 치마 안자락으로 코 훔쳐주언 때의 머언 향내 속으로 살달아 마음달아 젖느단 것가.

 

돛단배 두엇, 해동갑하여 그 참 흰나비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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