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무슨 일이 /안상학
누굴까
동사무소 앞 환경미화용 초대형 화분
그저께 심어놓은 꽃배추들을
마구 뽑아 던진 이는 누구였을까
배추농사 접은 농민이었을까
뿌리 뽑힌 정리해고자의 취중 발산이었을까
무어라 말하며 죄다 뽑았을까
꽃배추 한 포기에 씨펄
꽃배추 한 포기에 개 같은
꽃배추 한 포기에 니 죽고
꽃배추 한 포기에 내 죽자, 했을까.
저런 마음이 한도를 넘으면
한강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기도 하는 걸까
사람을 어떻게 하기도 하는 걸까
동사무소 직원들 다시 심으며 뭐라 말할까
꽃배추 한 포기에 씨펄
꽃배추 한 포기에 개 같은 놈들, 할까, 아니면
꽃배추 한 포기에 그래그래
꽃배추 한 포기에 이래라도 풀어야지, 할까
문득 꽃배추 뽑은 그 마음이 내 맘 같기도 하고
다시 심는 마음이 내 맘 같기도 한
부끄럽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한 이른 아침
꽃배추들 뿌리째 널브러진 길.
동사무소 앞 환경미화용 초대형 화분
그저께 심어놓은 꽃배추들을
마구 뽑아 던진 이는 누구였을까
배추농사 접은 농민이었을까
뿌리 뽑힌 정리해고자의 취중 발산이었을까
무어라 말하며 죄다 뽑았을까
꽃배추 한 포기에 씨펄
꽃배추 한 포기에 개 같은
꽃배추 한 포기에 니 죽고
꽃배추 한 포기에 내 죽자, 했을까.
저런 마음이 한도를 넘으면
한강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기도 하는 걸까
사람을 어떻게 하기도 하는 걸까
동사무소 직원들 다시 심으며 뭐라 말할까
꽃배추 한 포기에 씨펄
꽃배추 한 포기에 개 같은 놈들, 할까, 아니면
꽃배추 한 포기에 그래그래
꽃배추 한 포기에 이래라도 풀어야지, 할까
문득 꽃배추 뽑은 그 마음이 내 맘 같기도 하고
다시 심는 마음이 내 맘 같기도 한
부끄럽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한 이른 아침
꽃배추들 뿌리째 널브러진 길.
'[詩] 내안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림사 가는 길 / 조오현 (0) | 2018.05.31 |
---|---|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안상학 (0) | 2018.02.01 |
악어떼 / 원보람 (0) | 2018.01.04 |
봄바다에서 / 박재삼 (0) | 2018.01.02 |
옛일 /신미나 (0) | 2017.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