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 | |
우리 고향에서 봄야생화 가운데 가장 빨리 꽃을 피우는 <왜현호색> 맵시가 없어 누가 관심이나 줄까마는 참쑥도 고개를 내밀지 않은 이른 시기에 가장 서둘러 피는 꽃이라 그나마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수 있는것 같다
돌나물과 달래.....요즈음은 인공 재배를 하는 덕분에 사시사철 맛볼수 있는 나물이지만 요리 방법에 대해선 사람들이 잘 모르는것 같다 기껏 해야 초구추장에 찍어 먹는 정도..... 돌나물의 참맛은 물김치에 있다 쪽파 대신 달래를 사용하여 무우,배를 적당히 가미한 맑은 물김치의 향을 잊을수 없어 서울 형님은 해마다 이맘때면 딱히 볼일이 없어도 시골에 내려 오시곤 하신다 좀 곰삭고 나면 고추장, 된장과 곁들여 비빕밥으로 해먹어도 맛이 있다
(두릅 ......요놈은 아직 동면중)
주5일 근무제로 바뀌었지만 아이들은 학교 가고 아내는 교육 딱히 하릴없는 주말을 무얼할까 고민하다가 고향으로 향했다 <사실 몇주간 연속으로 금요일마다 회식을 한탓에 토요일은 홀로 숙취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싸잡고 침실에서 뒹굴었다>
농사철을 맞아 시골에 내려와 계시던 부모님이 예고 없는 나의 방문에 반갑게 맞아 주신다 감포에 들려 생미역이랑 회를 사갔지만 예전처럼 그렇게 드시지를 못한다 소주 한잔을 반주삼아 점심을 먹고 산책이나 갈까 생각하고 있는 찰나 어머님이 고추밭에 거름(두엄)을 내야 겠단다 잘못왔다 ㅎㅎ
간만에 몰아보는 경운기가 영 어색하다 "곱게 가재이~ "즘즈마케 몰아라" 지겨워서 후다닥 해치울려고 좀 서둘렀더니 어머님은 연신 사고 날까 걱정이 되는가 보다 소똥과 볏짚과 버무러져 잘 싹은 두엄속에서 토실 토실한 굼벵이 한마리가 나왔다 "이놈이 술병엔 최고란다. 잡아 줄테니 갖고 가서 먹을래? "아이고, 내가 술을 끊고 말께요, 징그럽구로...." 술 좋아하는 서방에 자식까지 술 좋아하다 보니 어머님 눈엔 그저 술병에 좋다는 건 무엇이던 예사롭게 보이지가 않으시나 보다 몇해 전엔 야생 헛개나무를 장작하듯이 채취해서 진절머리가 나도록 헛개물을 먹이더니....
부지깽이 나물을 텃밭에서 뜯어 주신다 며칠전 상(喪)을 치룬 옆집 아재 생각이 겹쳐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거웁다 앞산 양지바른 바윗 틈으로 선홍빛 진달래가 피어 나고 있나 보다
봄은 또 그렇게 지천으로 생명수를 퍼올리데 늙은 부모의 기침 소리는 봄볕에 까물어 질듯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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