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논두렁 밭두렁을 걷다보면 바람 자고 햇살 두툼한 곳이면 어디서나
쑥,달래,냉이 보다 먼저 흙을 뚫고 헤죽헤죽 고개를 내미는 풀이 있습니다
이름과는 반대로 눈에 힘을 주고 째려 보야야 겨우 보일듯 말듯
작은 꽃을 피우는 큰개불알꽃이 그 주인공이지요
모가지가 가늘어 춘풍에도 금방 사색이 되는지라 색깔마저도 파아랗게 질린 파아란 꽃
누구보다 먼저 피워 올린 봄인 까닭에 바람의 시샘을 받아 시퍼렇게 얼어버린 시퍼런 꽃
큰개불알꽃은요
봄내내 꽃이 피어 있어 꽃이 오래 가는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꽃의 생명은 하루, 뿌리의 생명은 두해 뿐이랍니다
이름의 연유는 꽃이 지고 열매가 열리면 그 형상이 개불알 같다고 하여 붙혀졌지만
봄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준다고 하여 <봄까치꽃>이라고도 한답니다.
우리 고향에서는 부모 속을 썩히는 못된 아이를 일컬어
개좃에도 못 쓸 써글 놈(년)이라고 하는데
개불알은 그래도 쓸곳이 아주 많아서 옛 속담에
개좃은 삶아 사위 먹이고 개불알은 삶아 영감 먹인다고 했습니다
꽃의 용도를 설명하려다가 잠시 엇길로 셌습니다
몇몇 독초를 제외하고 이른 봄에 올라오는 새싹은 대부분
배고픈 시절엔 구황식물로 애용된 인체에 무해한 식물이였듯이
올망 졸망한 개불알꽃 또한 인체에는 해가 없고 그렇다고 뛰어난 약효를 갖고 있지도 않치만
꽃을 따서 그늘에 잘 말려 두었다가 나른한 봄 차로 우려 먹으면 그 향이 일품이라고 합니다
개불알차 한잔 드릴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