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내안의

진달래 / 김사인

그믐애 2014. 2. 27. 13:14

 

 

 

 

   진달래

 

           ㅡ 김사인 ㅡ

 

한 봄 졸리움 속에

그대마저 스러지고 나면 어쩌리

 

푸른 보리밭 지나

가느단 흙길 끝난 데 산 밑

홀태바지 가랑이도 땀에 젖고

깨진 옹기 조각들 햇빛에 날 세우네

 

부황든 그대 참꽃물 파란 입술 가리고

고개 돌리면 어쩌리

 

죽어가던 이들의 아득한 눈빛

지난 겨울 하얗게 잦아들던 눈들의 비명이 아직 생생한데

가고 또 가서

돌아 못 오면 어쩌리 그대

 

 

출처: 김사인 시집 <밤에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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