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러 가자
이향아
빨가죽죽 찔레순이 달큰했었다.
넝쿨에 긁힌 자국 미칠 듯 가려웠다.
들판으로 가자, 찔레 넝쿨 보러
향기에 파묻히든,
가시에 긁히든,
가려워 미치든
하여튼 가자.
찔레 핀 들판이면 아무 데나 내려
우리도 찔레만큼 피었다 가자.
장미가 아니니까 뽐내지 않는
장미가 아니니까 그냥 찔레인,
빨가족족 달큰한 찔레순 먹고
찔레 넝쿨 다시 긁히러 가자,
니나 내나 찔레야, 꽃 보러 가자.
옛날 자국 도져서 미칠 듯이 가려우면
찔레꽃 들판에 눌러 살던가
우리 모두 찔레, 꽃 피러 가자.
-이향아『오래된 슬픔 하나』(시와시학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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