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달팽이
허정분
마루바닥에 뒹구는 둥근 대접 모서리에
잿빛 문양이 붙어있다 자세히 보니
아기눈썹만한 민달팽이 한 마리가
느릿 느릿
잘못 든 생의 길을 오체투지로 밀고 간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마른 그릇 가장자리를
뿔 두개로 밀고 간 눈물겨운 노역에
손금처럼 말라버린 몸피가 아사직전이다
살기위해 끌고 온 길이 돌고 도는 고행이었다니,
상추 잎에 얹어서 풀밭에 놓아 준다
죽든 살든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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