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내안의

엄니의 남자 / 이정록

그믐애 2016. 2. 18. 12:30



엄니의 男子 / 이정록


엄니와 밤늦게 뽕짝을 듣는다.
얼마나 감돌았는지 끊일 듯 에일 듯 신파연명조(新派延命調)다.
마른 젖 보채듯 엄니 일으켜 블루스라는 걸 춘다.
허리께에 닿는 삼베뭉치 머리칼, 선산에 짜다만 수의라도 있는가.
엄니의 궁둥이와 산도가 선산 쪽으로 쏠린다.
이태 전만 해도 젖가슴이 착 붙어서
이게 母子다 싶었는데, 가오리연만한 허공이 생긴다.
어색할 땐 호통이 제일이라.
아버지한테 배운 대로 괜한 헛기침 놓는다.
“엄니, 저한티 남자를 느껴유. 워째 자꾸 엉치를 뺀대유.”
“아녀, 이게 다 붙인 거여. 허리가 꼬부라져서 그런 겨.
미친 놈, 남정네는 무슨?”바지락 껍데기처럼 볼 붉어진다.
자개농 쪽으로 팔베개 당겼다놓았다 썰물 키질소리.
“가상키는 허다만, 큰애 니가 암만 힘써도
아버짓자리는 어림도 웂어야.”
일제히 신파연명조로 풀벌레 운다.






이 정 록 시인

1964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했다.
2001년 김수영문학상과 2002년 김달진문학상, 2013년 윤동주문학대상을 받았다.

주요 도서로
시집 《아버지학교》《어머니학교》《정말》 《의자》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제비꽃 여인숙》 《풋사과의 주름살》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
산문집 《시인의 서랍》,
동화책 《귀신골송사리》《십 원짜리 똥탑》《미술왕》《미술왕》《대단한 단추들》,
동시집 《저 많이 컸죠》《콧구멍만 바쁘다》,
육필시집 《가슴이 시리다》가 있다.

2013년에<1900년 이후 충남을 빛낸 예술인 100인>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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